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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어떻게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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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협력, 소통, 집단지성과 같은 단어들이 우리시대 새로운 화두가 된 지 오래이다. 자발적 의지를 갖고 참여하고, 서로 협력하며,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가는 것이 정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현장에서 그런 것을 실천하며 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학교문화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공문이나 관리자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수직적이며, 일방적인 전달 위주의 문화였다. 그러나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우리 학교의 문제를 함께 모여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집단 지성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해가는 민주적인 협의 문화이다. 교실 안에서, 또는 학년 단위로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하는 문화, 교사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회의 문화, 학교의 문제를 터놓고 논의하는 학교 운영위원회 등이 바로 민주적 협의문화의 밑거름이며 민주시민 양성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수업을 바꾸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말에는 가능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학교 운영의 체제가 바뀌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 개인의 주체적인 노력과 변화를 통해서 수업이라도 바꿔가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그런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들이 바로 체제를 바꿔갈 주체를 양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가능성이다.

그런데 이 말은 '수업만 바꾸면 학교가 바뀌는데 교사들이 수업을 안 바꾸니 학교가 안 바뀐다.'는 말로 왜곡될 위험성이 있다. 이런 위험성의 징후들은 교장중심의 혁신학교에서 학교 운영의 혁신은 뒷전으로 두고 수업 혁신을 우선으로 삼고 있는 현실이나 혁신학교나 학교운영의 혁신을 시도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수업 혁신에 대한 교사들의 학습 열기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가 바뀌면 수업은 저절로 바뀐다'는 말로 응답하고 싶은 이유는 기존의 학교 운영 체제가 '학생'보다는 '교사' 중심이었고, '교사'보다는 '관리자와 교육청' 중심이었고, '교육'보다는 '업무'를 중시하는 관료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구조를 바꿔서 그 한계를 넘어서 보자는 것이 혁신학교에서 학교 운영의 혁신을 제 1과제로 내세우는 이유이다.

"- 지금부터 직원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계에서 하실 말씀 있으면 해주십시오.
- 평가계에서 말씀드립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학년별 수행평가계획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 교감 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 교장 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 이상으로 직원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마다 전국의 학교에서 열리는 직원회의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부장회의를 통해서 다 만들어진 계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통보한다. 이미 결정된 '안'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이야기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왜 그렇게 결정되었냐고 물어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다. 어쩌다 용기 내어 일어나서 '이런 점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얘기를 하면 교사들의 동조를 얻기도 하지만 회의 시간만 잡아먹는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하라는 대로 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 굴러가는 것만 같은 것이 학교의 모습이다.
학교 운영의 혁신은 '교사'보다는 '학생'을, '관리자와 교육청'보다는 '교사'를, '실적과 업무'보다는 '교육'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를 위해 존재하는 학생이 아니라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교사로, 실적이나 업무성과보다는 실질적인 교육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학교의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하고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편성계획을 세울 때도 겉으로 번드르르하게 보이는 것보다 교육을 위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방적인 지시와 전달이 아니라 함께 협의하면서 하나하나 주체적인 책임감을 갖고 결정하는 사례들이 혁신학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학교 밖 사람들은 우리 학교는 저절로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절대로 저절로 잘 가는 곳은 없다. 처음부터 학교 운영을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거친 민주적인 방식으로 하기로 했지만,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 생각해 보니 교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교사가 되고 나서도 한번이라도 소통과 협력에 대해 제대로 배워 본 적도, 해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나름 '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소통과 협력은 말처럼 쉽지 않고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핏대 높여 얘기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서로 다른 경험으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뜻을 맞추면서 함께 협력해서 가야 하니 갈등이 없을 리 없다. 그러면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고 서로를 이해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해하니 더욱 힘이 들었다."

'소통'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혁신학교도 쉽게 저절로 민주적인 교사회의를 운영한 곳은 없다. 우여곡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민주적 합의의 과정자체가 갈등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교사회의를 시작할 때는 누가 먼저 나서서 자기 의견을 내놓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까 늘 말을 하는 사람들만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런 부분을 바꿔보기 위해서 안건에 대해 같이 제안 설명을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학년별 의견을 모아서 이야기한다거나 돌아가면서 자기 생각을 짧게라도 다 이야기해 보는 기회를 주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학급 도서비로 구입한 학급 도서에 학교 도서관 바코드를 찍어서 관리를 해야 하느냐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커다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기존의 학교 운영 체제가 감시와 처벌에 근거하고 있었고, 그런 체제에 대한 반발심이 '관리'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학급 도서 역시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관리는 필요하고, 그러려면 바코드를 찍고 해마다 도서관으로 반납했다가 대여해가는 방식을 취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관리자의 마인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분실 도서 등에 대해서 담임교사의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해도 교사들은 그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늘 그런 방식으로 책임을 지거나 다른 학급과 비교를 당하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바코드를 찍고 반납을 하는 것이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라는 것이다.
결국 학급 도서는 학교 도장을 찍어서 해당 학년의 해당 교실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확인하고 각자의 논리를 펼쳐가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그 다음 걸음을 위한 진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해 본 경험이 없어서 서로 다른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힘들어하고, 이것을 '갈등'이 라고 여기면서 피하고 싶어 했다.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하면 '미워한다.' 고 생각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상처 받기도 했다. 회의가 힘들다고 하지 말자고 다시 옛날 학교 모습인 직원종례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우리는 변함없이 교사회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해 왔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회의 진행 방식도, 말하는 법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법도,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법도 배웠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민주주의의 힘이 무엇인지 이제야 경험하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는 갈등을 드러내기보다 수면 아래로 감추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생각되는 면이 있다. 갈등을 드러내는 자에게는 그 갈등의 내용과 맥락 보다는 '예의 없다, 인간이 덜 되었다.'라는 비난이 먼저 들려온다. 그래서 최대한 감추고 살려고 한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 속에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고 오히려 더 심한 면도 있다. 혁신학교에서 교사 다모임을 통해서 갈등을 드러내고, 내 생각을 말하고, 논쟁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은 그래서 꼭 필요한 혁신의 방향이었다.

"초기 혁신학교 1년차에는 교사회의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의견을 몰아가는 듯 한 분위기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소외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도 경험이었으며, 지성을 겸비한 교사들은 그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교사는 끊임없이 학생처럼 배우고 탐구해야 하며 소통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교사협의 문화는 이러한 것을 훈련하는 좋은 마당입니다. 어떤 것을 결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과정이며 소중한 경험입니다. "

그렇게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다보면 '내 생각에 감히 반대를 해,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직급이 더 높다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그런 부분을 해소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일회성의 경험이 아니라 일 년, 이 년, 몇 년을 거치면서 만들어가는 문화이기 때문에 그런 의견 표출에 감정을 다치거나 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 간다. 그리고 그렇게 토의·토론문화를 경험한 교사들이 교실에서도 학생들의 서로 다른 의견들을 듣고 이해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혁신학교 교사들은 고백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민주주의를 체험한 것은 그대로 교실에도 흘러들었다. 지난 교직생활 동안 교실은 - 많은 교사들이 그렇듯이 - 나의 왕국이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학급운영과 잘 계획된 수업 연구를 준비하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생활하였다. 하지만 무엇인가 삐거덕거렸고 무엇인가 답답함을 느꼈었다. 천왕에서 다모임을 체험하면서 그 원인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소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교사인 내가 잘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천왕에 와서는 학생들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아침은 먹고 등교하는지부터 누구랑 놀았는지, 자리를 바꾸어야 하는데 어떻게 바꾸기를 원하는지 등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에게 이것은 정말 큰 변화였다. 소통을 하면서 학급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꼈다. 모든 것을 내가 고민하고 결정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

교사의 관점으로 완벽하게 세팅된 학급운영 매뉴얼에 빠진 것이 '소통이었구나, 나와 다른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었구나.'를 깨닫게 된 계기가 교사 회의였다는 것이다. 먼저 물어주고 들어주고 하는 학교 관리자들의 자세가 교사로 하여금 우리 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먼저 물어주고 들어주게 했다는 것이다. 학교의 관리자와 부장 교사들 몇 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다모임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 책임을 함께 나누어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 혼자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역시 책임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의 맥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일을 해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몇 십 년을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갑자기 바꾸라고 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그 길이 '교육'의 길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 한희정 / 서울유현초등학교 교사 -


마곡중학교는 올 3월에 개교한 새내기 학교로, 시작부터 혁신학교로 개교하였다. 올 1월부터 공사도 덜 끝난 학교로 매일 출근하면서 개교를 준비했는데, 학교를 하나 만드는 일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도 같이 어려운 일이었다.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하나부터 열까지 교사들의 논의를 거쳐 정해야 했다. 개교를 한 이후도 마찬가지로, 혁신학교라는 이름에 걸맞는 학교 운영의 상을 정립하고 이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필수이자 전부였다. 다음은 우리가 허허벌판 같던 곳을 어떻게 '학교'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정이다.


마곡중학교 교사들은 얘기를 길게 한다.
한 두 사람의 생각이나 활동 방식이 그대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길게 논의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개교를 준비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한 가지를 정하기 위해 하루 종일, 또는 며칠에 걸쳐 얘기하고 또 얘기했다.
일례로, 교표를 정하기 위해 우리는 한 달 이상이나 논의를 했는데, 미술과 교사뿐 아니라 전체 교사가 모여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바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교표를 그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바쁜 와중이라 전문가에게 맡겨도 될 법 하건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십 개의 시안이 등장했고, 논의를 통해 고쳐 나갔다. 전문가의 안도 있었지만, 우리는 고심 끝에 그 안을 대폭 수정해서 우리의 뜻이 담긴 교표를 만들었다. 그 과정은 한 달이 넘게 걸려, 개교 직전이 되어서야 결정되는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그 결과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보다 독창적이고 학교의 교육원리에 맞는 교표가 새겨진 교복을 입게 되었다. 개교를 준비하던 겨울의 이러한 논의 습관이 이후 학교를 운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와 관련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 소통과 합의의 조화가 필요했다. 교화를 정하기 위해 몇 주에 걸쳐 식물도감을 쌓아 놓고 고민했으며, 이미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꽃(우리 학교의 개교 정신에 맞는)을 발견하면 바로 바꿨다. 그렇게 어렵게 결정했던 교화는 '천인국', 모여 있으면 예쁜 작은 국화인데, 꽃말이 단결, 화합이어서 우리 학교와 딱 맞는다고 여겨 만장일치로 정했다. 그런데, 다음 날 교장 선생님의 근심어린 한 마디.


"양키 고 홈을 외쳤던 사람으로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꽃을 교화로 정하기는 어렵다." 결정 과정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기에 꺼내기 어려웠던 말이지만, 결코 그냥 넘어갈 수도 없어 너무 저어하며 내 놓은 한 마디였다. 우리는 동의하며 가차 없이 천인국을 폐기하고, 비슷한 분위기이면서 토종인 '흰 민들레'를 교화로 정했다. 충분히 얘기했고, 서로의 진심을 안다면 다수결이 아니라도 훌륭한 합의가 가능함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결코, 교장 선생님의 말이라서 번복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순간이 마곡중학교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좋은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계적인 절차가 아닌, 내용과 진심이 통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지 않는 끝이 없는 험난한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피해가서도 안 되는 일이다.


마곡중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의 학교 운영에서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은 교사 회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일 것이다. 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시간으로 정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학년 회의와 전교사 회의가 엇갈려 진행된다. 회의의 내실화를 위해 외부에서 결정된 특별한 사항이 아니라면 수요일 회의 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학교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① '학생'을 이야기하는 학년회의
우리 학교는 학년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격주 수요일 오후에는 학년 회의를 한다. 이 회의는 해당 학년 담임들과 수업 교사가 모여 학생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장이다. 회의 내용은 대개 그 즈음에 행해진 공개 수업(우리 학교에서는 전 교사가 연 1회 공개수업을 하고 있다.)에 대한 강평이나 학년별 사업에 관한 것인데, 어떤 주제로 회의하건 결국은 학생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마곡중학교의 공개수업 강평은 수업 교사의 수업 내용에 관한 것 뿐 아니라, 학생들 각각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공유가 주를 이룬다. 주로 얘기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런 얘기를 주로 하며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담임교사나 상담 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교사가 전방위적으로 한다는 공통의 인식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
마곡중학교는 올해 개교를 하면서 2학년과 3학년 전체 학생이 전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이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교사들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낳기도 하는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학년 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모두가 중요한 전교사회의
학년 회의와 더불어 중요한 축인 전교사 회의. 대개 월 1~2회 이뤄진다. 업무 전달은 주로 메신저를 이용하고 회의는 주제 논의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우리학교 생활 협약은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여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와 같이 학교의 틀을 만드는 큰 주제부터 학사 일정 조정 같은 실무적인 일도 논의하고, 한 달에 한 번 '교사 생일잔치'도 연다.
마곡중학교 전교사 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교사 회의도 원탁 토론 방식으로'이다. 우리는 학생들과 무엇을 정할 때(학생회 구성이나 생활 협약 등),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서 원탁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교사 회의도 이 방식을 따서 4~5인이 한 모둠이 되어 1차 모둠 토론을 진행한 후, 이를 총화해서 논의하는 과정으로 전체 회의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교장·교감 선생님도 모둠원 중 한 사람으로, 결정 사항에 대해 다른 평교사들에 비해 큰 권한을 가지지 않는다. 사실, 이 점이 선행되었기에 마곡중학교 운영에 '민주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차 토론이 모둠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모든 교사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기회를 전체 토론보다 더 쉽게 가질 수 있어 전 교사의 의견이 반영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논의하다 보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학생 생활 지도에 관한 문제에는 다양한 교육철학이 관련되어 있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우리 학교에서는 위에 서술했듯이, 계속 얘기한다. 결론이 나지 않으면 결론을 유보한다.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자명하고 확실한 '오답'이 존재한다."
즉, 어떤 문제는 한 두 문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절차의 공정성이 실제 내용의 공정성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명하게 딱 떨어지는 결론' 에 대한 집착은 때로는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점은 '사람' 에 관한 문제를 논할 때에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학교는 바로 그런 곳이다.
마곡중학교 교사들은 20여년 교직 생활의 경험을 통해 이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고 때로는 학사 일정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계속 논의하는 방법을 택한다.
마곡중학교 교사들은 매일 교장·교감 선생님과 평교사 구분 없이 긴 식탁에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의사소통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그 달에 생일을 맞은 교사를 전교사 회의에서 축하한다.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상호 배려가 마곡중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의 초석이 됨은 물론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딱 떨어지는 결론을 얻지 못할 지도 모르고, 한 가지 사항을 정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 지도 모르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하던 대로 가던 길을 가려한다. 우리가 알기로 그것이 민주주의이므로.

- 최주연 / 마곡중학교 교사 -


선사고등학교는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한 학교이다. 학교를 개교하면서 혁신학교로서의 위상과 교육철학, 교육활동의 방향성, 구체적인 교육활동, 학교문화, 학생들의 생활교육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교직원회의에서 토론하고 결정하였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직원회의는 교장·교감·부장을 중심으로 부장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선사고등학교에서는 학교혁신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개교부터 개설 요원인 평교사들이 모여 교육활동 전반을 토론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교육철학, 열정과 고민, 성공과 실패의 모든 것을 교직원회의에서 공유하였다. 이 전통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학교 교육활동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는다.
교직원회의는 모든 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장이다. 다시 말하면, 교직원회의는 교사들이 공유하는 교육적 철학과 목표에 부응하는 교육활동을 개발하고 실천계획을 논의하는 장이다.


교직원회의에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회의의 방침은 다음과 같다.
●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소회의 실시를 통해 민주적인 협의기구로서의 기능을 한다.
● 회의의 안건은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의 내용을 포함한다.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와 필요를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교직원 전체의 합의를 도출하여 사안을 결정한다. 만장일치의 전원 합의를 지향한다.
● 교직원간의 화합과 학교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동료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가. 조직: 아래와 같이 소회의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운영된다.


나. 회의 실시 시기 및 구성원
1) 시기: 학년회의(주 1회), 업무회의(주 1회), 전체교직원회의(월 1회), 교육활동 평가 토론회(학기 1회), 긴급 교직원회의(안건 발생 시)
2) 학년회의는 담임 및 부담임을 중심으로 실시하나 학년회의 중 '학생연구모임' 회의는 그 학년의 수업에 들어가는 모든 교사가 참여한다.
3) 회의 참석: 협의회 구성원은 반드시 회의에 참석하여야 하며 부득의한 사정(조퇴, 결근, 출장 등)으로 참석하지 못할 시에는 회의 주최자에게 알리고 투표권을 위임할 수 있다.

다. 안건의 상정과 의사 결정 과정
1) 일상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부서별로 업무 대표를 통해 안건을 전달하거나 안건발의서를 통해 업무담당자가 안건을 직접 교직원회의에 상정한다.
2) 긴급한 안건에 대해서는 업무담당자가 메신저를 통해 전체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한다.
3) 정기적으로 주 1회 업무회의에서 안건을 분류하여 처리한다.
- 전체 교직원회의에 상정할 것/학년회의에 상정할 것/부별 및 과별 협의회에 상정할 것

라. 의사결정
1) 상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합의에 도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투표로 결정한다.
2) 전체 교직원회의 보고: 학년회의, 부별 협의회 및 업무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업무담당자가 전체 교직원회의에 보고한다.
3) 결정된 사안은 학교 운영에 반영하며 공동체의 모든 일원이 성실하게 수행한다.


5년여 간의 교직원회의를 통해 토론한 내용은 학교생활의 모든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토론을 통하지 않은 사항은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5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자리 잡힌 토론의 주요 논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혁신학교 교육계획: 중장기 및 단기 교육 목표의 설정 및 학교교육계획의 수립
나. 교육활동의 세부 사항 및 실천 과정 결정 (표 참조)


다. 교육활동의 평가: 시기별로 평가하고 학기별로 정리하여 연말 교육활동 평가 토론회, 일명 끝장토론을 실시한다.


라. 학교교칙: 8조법금 및 3주체(학생·학부모·교사) 공동체생활협약 중 교사의 약속
마. 각종 규정의 제 · 개정: 업무분장, 인사자문위원회 규정, 포상 규정, 각종 위원회 및 협의회 규정


가. 자발적 참여
선사고등학교에서는 그 어떤 소회의나 전체 교직원회의에서도 출석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회의 참여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참석하지 않는 교사는 늘 회의에 빠지는 일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회의가 가지는 의미를 공감하고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의식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다. 학교 교육활동의 실천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개개인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주체의식을 지녀야 한다.

나. 민주적인 협의기구로서의 회의체
회의를 통하여 학교 교육활동 및 학교 운영의 원칙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교직원 개개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한 개인의 생각으로 학교가 운영되거나 학교장, 교감, 부장, 평교사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평교사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 학교문화에서는 회의 참석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어도 무시되는 토론에 누가 참석하고 싶겠는가?

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동료 간 신뢰
토론을 하다보면 모든 논점에서 항상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이때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전체의 결정에 따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토론에서 항상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기기도 한다.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료 간 신뢰가 구축이 되어야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할 수 있으며 이견을 수용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상처받는 일이 줄어든다.


- 이수아 / 선사고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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