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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과 교장의 눈물
연극수업 아이들과 한바탕 놀아보다




국어 수업 어떻게 하냐고요?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 하냐고요? 교실과 도서관 빈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연극 때문에 웃고 울었던 시간들이 올해로 칠 년째다. 약식의 콩트가 아니라 교과서의 단편 소설을 각색한 대본과 음향과 조명과 무대가 있는 연극은 갑갑하게 갇혀 지내던 아이들을 자유롭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만들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기억 속의 들꽃>, <맹진사댁 셋째 딸>, <자전거 도둑>, <홍길동전>, <박씨전> 등을 연극으로 해보면서 내가 보았던 아이들의 반응은 변화무쌍했다.
도대체 아이들은 이런 끼들을 무시한 채 어떻게 교실 속에서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
해마다 한 학년의 아이들과 함께 3주간을 할애하여 연극 한 편을 완성하는 과정은 처절하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색다른 끼와 열정을 보는 기쁨은 남달랐다. 국어 교사로 교실에서 다양한 수업들을 시도해 봤지만 진한 여운이 남는 것은 역시 연극이 최고였다. 이 수업은 어쩌면 끝이 없는 노동 같은 일이지만 그만큼 순수한 땀과 감정과의 교류로 공연 때는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면서 불꽃같은 시너지가 일어났다.
아이들은 대본을 쓰면서 때론 막장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원작의 주제를 지키면서도 재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무대장치에 쓸 대형 배경 그림을 위해 주말까지 고군분투하던 아이들은 오래도록 자기들끼리 공유할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그런 그림을 도서실 창가 전면에 걸어두며 연습하면서도 뿌듯해하고 공연이 끝나고도 떼어 내는 것을 아쉬워했다. 연극을 알리는 포스터는 또 어떤가? 끼로 똘똘 뭉친 각 반의 개성 있는 포스터 한 장은 일필휘지 같은 시원함과 궁금증을 보여주었다. 또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드는 소품 제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공작 솜씨로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공연 날은 잔칫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부터 들떠 있고 수업 중 공연이지만 틀이 잡혀 다른 수업 전에 분장을 지우고 영향을 안 주려 노력하는 예절도 기특하게 지켰다. 담임선생님이 응원하고 수업이 없는 선생님들과 다른 반 학생들이 관객으로 참여하는 공연은 진지하고 흥겨운 리듬을 탔다.
같은 작품이지만 대본과 연출에 따라 반마다 색다른 결과물이 탄생하며 반별 경쟁은 치열해졌다.
또한 공연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CD로 제작되니 생방송 현장처럼 후끈해졌다.
이런 아이들을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맹진사댁 셋째 딸>에서 머슴 역을 하던 수민이가 생각난다.
쌍둥이로 바가지 머리 단발을 한 그 애가 3학년 2학기에 전학 왔을 땐 눈빛이 착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 애가 머슴 역할을 기가 막히게 잘하자 난리가 났다. 일명 스타가 되어버린 것이다. 졸업 전,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여간 흐뭇한 게 아니었다.
<자전거 도둑>에서는 어눌한 발음으로 묻는 말에나 수줍게 작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던 정연이가 연습 때에는 헤매더니 본 공연에서는 목소리가 커지고 눈빛이 진해지면서 70년대 산업화 시대 이면을 보여주는 가난한 옷차림을 한 채, 양심을 운운하는 주인공 수남이를 감칠맛 나게 연기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로 정연이는 많이 웃는 아이가 되어 지금은 연기 부문으로 예고 실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홍길동전>에서는 시대의 울분을 뒤로 한 채 율도국을 건설한 길동이 백성들 앞에서 선포식을 하는 장면에서 임금 의상이 없자 외투를 뒤집어 안감을 이용하여 곤룡포를 대신하자는 의견을 현진이가 냈는데 그 아이의 눈썰미 또한 탁월하였다. 이처럼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건들은 잊을 수가 없고 아이디어가 빛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이야말로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의 발산이며 응어리진 상처들을 어루만지는 의식이 되었다. 또한 진로를 찾아가는 자유학기제와 관련이 있어 뮤지컬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간혹 졸업생 중에 대입과 관련하여 연극 대본이나 CD를 요청하는 학생도 찾아오기도 한다.
딱딱한 수업이 싫은 아이들은 다 오너라. 그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연극이 될 테니까. 그런 아이에게 맞춤형으로 적당한 역할을 선택하여 개성대로 그 아이의 마음결대로 흐르게 하는 영역이 많다. 한 연극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필요한데 분명히 그 애가 고른–대본을 쓰거나 음향을 정하거나, 배경 그림을 그리거나 조명을 준비하고, 분장을 하고, 군무를 추거나, 무대장치를 만들고 동선을 연구하는–한 부분을 담당 하노라면 지겹거나 소극적일 수가 없다.
연극 수업을 맘먹고 하려면 ‘기획 → 대본 쓰기 → 대본 리딩 → 소품 제작 → 포스터와 배경그리기 → 의상 준비와 분장 → 리허설과 공연’의 과정을 8차시로 진행하기 위해 수업 시간 조절 같은 다른 선생님들의 이해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로 촘촘히 신경 쓰이고 몸은 고달프지만 남는 장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아이들 개개인이 거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존재감이 없던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며 의외의 기쁨이 생긴다.
한 번 시작한 연극 활동은 해가 바뀌어도 새로운 소재로 무궁무진하게 계속될 것이다. 학년을 불문하고 국어책에 있는 소설을 소재로 학교 도서관은 조그만 소극장이 되면서 아이들은 훌륭한 참여자로서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연극을 처음엔 수줍게 시작했지만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기대가 된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땀 흘린 영상을 보며 환호하고 해와 같이 빛난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 글 : 고영순 / 배화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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