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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과 교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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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사람만큼이나 동물을 사랑하신다. 6개월 전쯤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시다 야옹대는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주워오셨다. 어미가 없고 배가 고픈 것 같아 가여워서 데려 왔다고 하신다.
지하실에 사과박스로 고양이집을 만들고 오래된 이불과 옷가지 몇 개를 갖다 놓으셨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주신다. 고양이의 이름은 깜지와 얼룩이다. 그들은 매일 아침 6시경, 그리고 저녁 5시경이면 어김없이 현관문 앞 계단에서 나란히 웅크리고 앉아 어머니를 기다린다. 어머니가 나가시면 큰 소리로 야옹댄다. 그 소리는 반갑다는 소리이자,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느냐는 짜증의 소리다.
어느 날 어머니보다 내가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간 적이 있다. 밥을 주는 사람이 아닌데도 도망가지 않고 올려다보았다. 우리 집 현관을 나오는 사람은 어머니로 인하여 그들에게는 경계 대상이 아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살짝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후 현관문을 열기만 하면 고양이 두 마리는 야옹대며 만져 달라고 머리를 들이댄다. 그래서 잠시 앉아 머리와 등을 살살 쓸어주고 출근 한다. 요즈음에는 집에서부터 100미터 이상 떨어진 어린이 공원까지 졸졸 따라온다. 길을 가는 행인이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한 결같이 이상하다는 듯 눈여겨 쳐다본다. 보통 애완견들이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 따라 다녀도 고양이가 사람을 따라다니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양이들은 내가 공원 모퉁이에 주차한 자가용까지 걸어가는 동안 발에 밟힐 정도로 붙어서 따라 온다. 깜지와 얼룩이는 차의 시동이 걸리면 그제서야 차로부터 떨어져서 출발하는 모습을 배웅하듯 나무 밑에서 바라본다. 나는 매일 아침 그들에게 ‘Have a nice Day!’라는 인사와 함께 운전을 시작한다. 사람과 말없는 동물 간의 애틋한 소통이다.
나는 고양이들을 뒤로 한 채 학교를 향해 운전을 하면서 소통이 많이 부족한 우리 인간사회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선진 국가들이 모인 OECD 국가에서 자살률이 10년간 최고이며, 국민행복지수는 3년간 최하위다. 치열한 경쟁교육으로 사교육비는 20조에 달하고, 이혼율은 세계 최상위이며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학교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진정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가정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열한 가정 중에 한 가정은 이혼 가정이며, 1인 또는 2인 가정은 48.2%에 달한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 별거와 불화, 소통부재로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자라며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부모는 생물학적 부모이며 가정은 여인숙,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는 공지사항대화, 찬스대화라는 말을 학생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이제 아이들의 유일한 대화상대는 스마트폰이다.
학교 역시 교육의 본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고민이나 고충이 있으면 누구와 먼저 상담하겠느냐고 물으면 선생님과 상담하겠다는 학생들은 고작 2.8%(2012. 교과부)에 불과하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고교생 3분의 2이상(67.8%)이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다’(2013. 한국교총)고 한다. 선생님들도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명예퇴직을 생각하거나 전직을 생각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학교는 있으나 스승과 제자는 없다는 비평적인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인간관계이다. 하늘나라도 사람이 없으면 갈 곳이 못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요즈음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된다. 힐링은 우리말의 치유, 회복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힐링의 유일한 방법은 공감적 소통이다. 그리고 공감적 소통은 대화와 스킨십이 유일한 수단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부부 간에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에, 학교에서는 학생과 선생님 간에, 회사는 리더와 팔로워간에, 정치인은 여와 야 간에 공감적 소통이 있어야 한다.
5초간의 짧은 스킨십이 엄청난 공감적 소통을 만들어 낸다. 나는 스킨십으로 인한 공감적 소통에 감동하여 소리 없이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어느 날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영양사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교장선생님 식당에서 아이들이 싸워요.” 나는 식사를 중단하고 급히 학생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학교 짱급의 두녀석이 치고 박고, 몇몇 친구들은 뜯어 말리는 중이었다. 식당 공간이 커서 1, 2, 3학년 전교생이 식사를 하면서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이 녀석들 식사하면서 이게 무슨 짓이야, 너희 둘 지금 교장실로 따라 와!”, “아이 XX, 안가요. 잔소리만 할 거잖아요”. 한 학생이 소리치며 무례하게 반항을 하였다. 그 순간 욕을 먹은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전교생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학생을 꼭 안아 주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교장선생님한테까지 그렇게 소리를 치니? 그래 밥 먹고 화가 풀리면 교장실로 오너라! 내가 기다릴게.” 그리고는 식당을 나와 화장실을 들른 후 교장실로 갔다. 이게 웬일인가? 두 녀석이 교장실에 와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고 내가 들어가자마자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하였다. 나는 냉장고에서 두유를 꺼내 한 개씩 건네 주고 서로 화해를 시킨 후 “너희들은 사랑하는 내 제자들이야.”란 애정 어린 말과 함께 악수를 하고 보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1주일 정도 되었을 때, 그때 두 학생 중 한 녀석이 뒤쪽에서 뛰어왔다. 그리고 잽싸게 내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으며, “교장선생님, 내 마음이에요.” 하면서 줄행랑을 쳤다. 주머니에서 노란 비타민 C 한 봉지를 꺼냈다. 그 순간 너무 행복했다. 그 후 정확히 1주일 뒤에 나도 점심기간에 그 녀석이 복도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갖은 폼을 다 잡으면서 한 무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나도 그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초콜릿 한 개를 그녀석 주머니에 넣으며 “○○아, 내 마음이야.”란 말을 건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교장실로 돌아왔다. 그러한 해프닝이 있은 후에, ○○이를 비롯하여 또래들이 나를 보면 마치 우리 집의 두 마리 고양이처럼 가까이 다가오면서 “교장선생님 멋져요.”라는 인사와 웃음을 선사한다. 그 녀석이 졸업식장에서 단상에 앉아있는 나에게 꽃 한 송이를 가슴에 꽂아 주고 스승의 노래를 부를 때, 단상에 앉아 있던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따뜻한 말과 진정한 스킨십이야말로 극단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무너진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 글 : 임종근 /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기획평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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