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5 봄호(258호)

[맞춤교육 사례4]
디지털 공존 시대의
학생 맞춤형 수업

제연강 (월곡중학교, 수석교사)

1. ‘학생 주도성’을 키우는 디지털 기반 수업

“왜 디지털 기반 수업을 하세요?”
“디벗을 수업에 굳이 써야 하나요?”

최근 연수에서 만난 교사들로부터 ‘왜’ 그리고 ‘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변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 나는 왜 디지털 기반 수업을 시작했지?
그리고 왜 굳이 지금도 하고 있을까?”

교직 초반부터 지루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카리스마가 넘치거나 유머 감각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기술이 없으니, 애들이 좋아하는 말투를 배울까? 교과서 해석만 하려니 너무 지루한데, 영화를 보거나 팝송을 부르면 좀 나을까? 아이들 수준 차는 왜 이렇게 심하지? 수준별로 학습지를 만들어 볼까?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중화되었고, 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퀴즈 온라인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만든 문제를 탑재하고, 이를 형성평가로 일 년 동안 수업을 진행한 영어 수준별 ‘하’ 반 수업은 그중에서도 성공이었다. 물론 학생들의 실력도 올랐지만, 영어라는 과목과 영어 수업을 대하는 학습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영어 담당 교사인 나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는 학생도 생겼다. 이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다양한 온라인 도구를 본격적으로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상승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에듀테크를 많이 활용하는 교사들에게 ‘수업에서 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내가 느꼈던 학생들의 흥미도 상승을 첫 번째를 꼽는다. 그렇다면 ‘왜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더 흥미를 느낄까?’

수업 계획부터 실행까지 생각하고, 찾고, 만들고, 말하고, 쓰고,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교사이다. 대체로 학생들은 교사가 생각하고 찾아 만들어 놓은 것을 가만히 앉아서 듣거나 받아 적고, 비판 없이 수용한다. 이렇게 수동적인 학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학생은 아마 성적이 높은 학생들일 것이다. 그들도 학습 자체에 큰 흥미는 없지만, 100점이라는 보상을 위해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수업을 하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생각하고, 찾고, 만들고, 말하고, 쓰고, 움직인다. 교사가 독점하고 있던 기술과 정보가 학생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에듀테크를 활용한 혼합 수업에서 흥미를 느끼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능동적이고 상호작용이 있는 학생 주도적인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디지털 기반 수업의 가치와 목적은 학생에게 수업의 주도성을 제공하고 학생 주도성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2. 형평성(equity)이 존중되는 ‘학생 맞춤형 수업’

학생 주도성을 가진 개인은 타인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며 협력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다(OECD, 2019).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이 자기 학습의 주체가 되어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결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생 맞춤형 수업의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학생 맞춤형 수업’이라는 용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사례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모두가 동일한 지식의 양을 획득하도록 비슷한 문제 풀이와 반복 학습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학생 맞춤형 수업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이는 학생을 학습의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지식의 수동적 소비자로 대상화하고, 비판 없이 지식을 흡수하도록 하는 획일화된 방식이다. 과연 이러한 접근이 학생 맞춤형 수업의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과 성취 기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은 교과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적 원칙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학생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의 내용, 과정, 결과를 다양화하고, 학습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 ‘형평성’ 있는 수업 전략이 필요하다. 진정한 학생 맞춤형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과 요구를 반영하여 평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명 내외의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개별 학생의 특성에 따라 수업의 내용, 과정, 결과를 다양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학생 맞춤형 수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지털 도구는 시간, 장소, 학습 속도, 학습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과 학습 요구를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형평성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학생 맞춤형 수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영어 수업 사례

그렇다면 학생 주도성이 있고 형평성이 존중되는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수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시간 조절 기능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춰 콘텐츠를 반복 학습하거나, 미리 제공된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교실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장소도 조절이 가능하다. 디지털 학습 플랫폼은 학생들이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학습 자료와 과제가 디지털화되어 있는 경우, 물리적 환경의 제약을 줄이고 학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속도 조절 기능은 학습 능력이 다양한 학생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은 반복 학습 기회를, 빠르게 이해하는 학생에게는 심화 학습 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로 조절 기능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자료 조사, 내용 작성, 발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 장소, 속도, 경로를 학생들이 스스로 조절하면서 학생 맞춤형 수업을 실제 영어 수업에 적용해 본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한다.

가. 영어 문법 수업

학생들이 지루하게 여기는 문법 수업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하면서 문장 쓰기를 해보도록 설계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 중에서 흥미를 느끼는 자료를 선택해 스스로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후 학습한 내용을 모둠에서 공유하며 협력적으로 이해를 심화하고, 각자의 수준에 맞춰 문장을 써 보면서 배운 내용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스타일과 속도에 맞춘 유연하고 다채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그림 1>에서 1번 그림은 교사가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에 따라 학습 자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별한 다양한 자료를 링크 형태로 제공한 구글 클래스룸 과제의 캡처 화면이다. 학생들은 디벗 기기와 헤드셋을 활용하여 각자 자신의 학습 시간과 속도를 조정하며 학습을 진행한다. 학습이 끝난 후, 학생들은 온라인 문서에 정리한 내용을 같은 자료를 학습한 동료 학생들과 공유한다. 이후, 그룹별로 하나의 발표 문서를 작성하여 전체 학습 공동체에 발표한다.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는 형성 평가로 문장 쓰기 과제를 수행한다. 이때 교사는 세 가지 난이도의 과제를 제공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도에 따라 적합한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나. 영어 쓰기 수업

다음은 학생들이 자기 경험을 온라인 문서 도구에 작성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학습으로서의 평가’를 구현한 사례이다. 먼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나눈 후,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바탕 으로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맞춰 초안을 작성하였다. 교실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교실의 뒤쪽에서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안내를 보고 스스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글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 공간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율 공간’(Autonomy Zone)으로 설정하였다. 반면, 교실의 앞쪽에서는 교사의 직접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와서 1:1 또는 모둠별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자신의 필요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 하는 것을 용기 있는 행위로 간주하여 이 공간을 ‘용기 공간’(Brave Zone)으로 명명하였다. 이러한 공간 배치에 따른 선택은 교사가 지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학습 수준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이 배움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안 작성이 완료된 후, 학생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피드백을 받았으며, 이를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정된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수정 내용을 표로 정리하고 각 수정 이유를 고민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다. 영어 듣기·말하기 수업

영어 듣기와 말하기 수업의 경우, 디벗 기기와 헤드셋을 활용하면 자신의 속도에 따라 맞춤형 개별 연습이 가능하다.

특히 교실 여기저기에 보물찾기처럼 붙어 있는 QR코드를 찾아, 듣기 음원을 듣고 퀴즈를 풀어 보는 활동을 하면, 학생들이 게임처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말하기 활동의 경우에도 발음과 억양을 직접 검사해 주거나, STT(Speech to Text)를 지원하는 온라인 도구를 사용하면, 학생들이 충분한 연습과 자기 평가를 할 수 있다.

4. ‘교사 주도성’으로 미래교육 열기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학생 맞춤형 수업을 견인하기 위해서 교사에게 꼭 필요한 또 다른 자질은 바로 학생 주도성과 비견되는 교사 주도성이다. 교사 주도성은 교사 자기 경험, 교육적 신념, 전문 지식 및 자신이 속한 학교, 학생, 학부모 등 교육 공동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이해·해석·재구성하여 수업과 평가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며 실행하는 교사의 역량과 성향을 의미한다. 교사 주도성이 높은 교사들은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학생·동료 교사·학부모 등과 상호작용하며,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며,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자신의 교육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성찰한다(OECD, 2019).

이러한 교사 주도성 없이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거에 배운 것을 답습하고 지식 위주로 암기하는 수업은 이 시대에 필요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미래의 문맹자는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것을 해체하고, 다시 배우는 것을 못 하는 사람이다.”라고 앨빈 토플러가 말했다. 사실 이미 배워서 체화된 지식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이제 교사들은 그동안 배운 것은 과감히 해체하고 새롭게 배우며 디지털 전환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 주도성과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수업을 고민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 도구는 학생 맞춤형 수업의 현실적인 제약을 보완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학습을 지원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디지털 도구는 자동으로 수업 목표를 이루어주는 만능 도구가 아니며, 수업과 평가에서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핵심적이다. 교사는 디지털 도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와 소통하며,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도구의 성공적인 활용은 교사의 전문성과 창의적인 수업 설계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도구의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 공동체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