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역량·혁신교육과, 장학관)
1. 들어가며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개별성을 중시하며, ‘맞춤형’이라는 개념이 모든 분야에서 미래 변화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경제 즉, 미코노미(Meconomy)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 자동차 맞춤 제작, 초개인화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을사년 새해를 맞아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열어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가 참여와 소통, 자치와 협력을 통해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정책 방향으로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시하였다.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육을 받는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특성과 학습 속도, 학습 방식에 맞춰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화를 넘어, 과거의 일률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모든 학생을 포용하는 유연한 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즉, ‘학생이 맞추는 교육’에서 ‘학생에게 맞추는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기초학력은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자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다. 기초학력 보장은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에 담긴 교육적 의미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의미
가. 인간 존중의 가치: 누구나 존중받도록
‘맞춤형 교육’에서 ‘맞춤’이란 특정 개인, 그룹, 또는 상황의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도록 설계한다는 뜻이다. 맞춤형 교육은 학습자의 능력, 흥미, 목표, 그리고 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교육과정, 내용, 방법을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 본질적 가치를 둔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고유한 존재라는 인간 존중의 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교육에서 인간 존중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 중 하나로, 학생 개개인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나. 공평하게 교육받을 권리: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은 소득, 성별, 언어, 종교, 문화, 장애 등의 특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전제한다. 평등하고 포용적인 맞춤형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기초적인 학업역량을 갖추고, 배움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서울교육의 의지이기도 하다.
유네스코(UNESCO)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학습자의 개별적 특성과 필요를 존중하며, 누구도 교육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드 로즈도 그의 저서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에서 “맞춤형 접근이 기회를 만든다”라고 강조하며, “평등한 맞춤만이 평등한 기회의 밑거름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별 학습자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교육 시스템만이 모두에게 동등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 학생 주도성: 학습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학습자 주도성을 핵심으로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생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개정의 중점 사항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학습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학습 소외와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할 수 있도록 농산어촌학교, 소규모학교에 대한 지원 체제 마련
- 모든 학생이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공동체가 함께 협력하여 학생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맞춤형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
-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그들의 교육 경험의 특성과 배경에 의해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
-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 학습 지원 대상 학생,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지원
3.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첫 걸음 : 기초학력 보장
가. 기초학력에 대한 개념
기초학력은 단순히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은 기본 학습 능력을 넘어, 학생이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학습의 기초 체력이며,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삶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이다.
기초학력에 대한 개념은 시대와 관점에 따라 [표 1]과 같이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며, 변화의 흐름에 따라 확장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초학력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읽기, 쓰기, 셈하기의 3R’s(Reading, Writing, Arithmetic)와 교과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교육부, 2022)으로 한정되었으나, 현재는 그 개념이 인지적 영역뿐만 아니라 정의적, 사회적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초학력은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하는 교육의 최소한의 기준이자, 삶을 영위하고 학습을 지속해 나가는 데 기반이 되는 핵심 역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나.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모두의 책임
모든 학생이 잠재된 역량과 소질을 계발하며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 차원의 중요한 책무이다. 과거 여러 정부는 배움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과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기초학력 보장법」이 제정되었고,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기초학력 보장법」에서는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와 교육감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의 장인 학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교육부는 2022년 10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 계획(2023~2027)을 수립하여 국가와 교육청, 학교가 함께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 교육부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수립 및 정책 추진 실적 점검,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도구 개발 및 보급,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지정·운영
- 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시행계획 수립 및 성과 관리, 국가 및 시도단위 기초학력 보장 지원사업 추진, 시도기초학력지원센터 지정·운영
- 학교 기초학력지원 운영계획 수립, 학습지원 대상 학생 선정 및 관리,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교육 제공, 학부모 대상 연수 및 상담 제공
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다중 학습안전망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 지원 전략을 ‘개별화’, ‘자율화’, ‘체계화’로 설정하고 각 학교의 여건과 상황, 학생들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여 단위학교 에서 기초학력 책임지도가 내실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 진단 활동
교실 안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기초학력의 문제는 단순히 학습 과정의 어려움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적 요인, 심리· 정서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기초학력의 문제는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학생 개개인을 학습,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개별 학생마다 학습에 어려움을 갖는 요인을 좀 더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습지원 대상 학생 지원협의회를 구성·운영하며,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 정확한 출발점을 찾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 진단 결과에 따른 맞춤형 학습지원 방안 마련
- 학생성장 이력 관리,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피드백
- 그 외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선정 및 지원에 관한 사항
서울시교육청의 각급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수준과 학습저해요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학년 초에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다층적 진단활동을 실시한다. 다양한 진단도구의 활용, 교사의 관찰, 학생·보호자 상담, 학생 성장 이력 검토 등 학생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정하고, 개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학습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통합 지원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통합 지원은 수업 중-학교 안-학교 밖으로 이어지는 다중 학습안전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1단계 안전망인 ‘수업 중 지원’은 정규 수업 시간 내에 개별 맞춤형 수업을 강화하여 학습 결손을 예방하고 보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예방적 노력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협력 강사, 학습지원 튜터 등의 학습보조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2단계 안전망인 ‘학교 안 지원’에서는 수업 중 지원만으로는 학습 부진을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맞춤형 프로 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서울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가 학습 및 정서적 지원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키다리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3단계 안전망인 ‘학교 밖 지원’은 학습·심리·관계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나 난독·난산·경계선지능과 같은 특수 요인을 가진 학생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 안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학교 밖 지원 시스템과 연계하여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중 학습안전망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라.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 난독증과 경계선지능
배움은 모든 학생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이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학습, 심리· 정서, 사회적 이유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보다 세심하고 전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난독증,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있다. 난독증은 신경생리학적 원인으로 인하여 단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며 맞춤법에 맞게 단어를 철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김애화, 김의정, 2020). 난독증은 지적 능력이나 동기 부족과 무관하며, 조기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면 학습 능력 향상뿐 아니라 학생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계선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IQ )가 일반 지적 장애로 진단될 만큼 낮지는 않지만, 평균보다 다소 낮은 범위(약 70~85)에 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리는 경계선지능은 전체 인구의 약 13.59%를 차지하는 것으로 유추되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2023년도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추정치에 따라 우리나라 경계선지능인은 약 699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추정치를 서울 학생 수에 적용하면 835,089(2024. 4. 1. 기준)명 중 약 113,489명이 경계선지능 진단 가능성이 있다. 한 학급당 2~3명의 학생이 경계선지능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법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속하지는 않지만 또래 집단보다 학습이 느려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낮은 학습 성취도뿐만 아니라 또래 관계나 학교생활 적응에도 어려움을 갖는다.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적기에 적절한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성인이 되어 사회적 안전망에 의존하거나 비경제적 활동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경계선지능 학생들이 학습과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에 건강하게 통합될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 서울학습도움센터,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로 거듭나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부터 기존의 서울학습도움센터를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로 전환함으로써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원인의 기초학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2025년에는 강동송파, 남부, 중부, 성북강북 등 4개 교육지원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2026년에는 이를 11개 교육지원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마무리하며
학생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학습구덩이’라는 비유로 표현되곤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모든 학생을 소중히 여기며 기초학력의 문제를 다층적·통합적으로 진단하고, 수업 중-학교 안-학교 밖의 다중 학습안 전망을 통해 학생들을 보다 촘촘하고 탄탄하게 지원하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 시대에서 기초학력은 단순히 학습의 출발점이 아니라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우는 열쇠이다. 기초학력 보장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