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권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2024년 12월 26일(목),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서 「AI 시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사례 나눔 한마당이 개최되었다.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실천하는 초·중·고 교사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및 교육 위원회 위원장, 경기도교육청 및 경상남도교육청의 교육전문직원 등 14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독일 시민교육과 토론수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시작하여 1년 동안 실천했던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사례 나눔, 그리고 새로 발간된 ‘AI 시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심화교재’ 활용에 대한 연수, 마지막으로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 수립을 위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 교사 선언’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1
독일 시민교육과 토론수업
첫 순서로 특강에 나선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에서는 ‘나’와 ‘나’의 관계 설정을 위한 성교육, ‘나’와 남과의 관계를 사고하는 정치교육, 나와 지구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생태교육,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라고 하며 독일 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독일 정치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근거하여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상대방을 이기려는 토론이 아닌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중요시한다며, 자신의 학창 시절 토론수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였다.
또한 학창 시절 자신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교사는 “배우는 내용에 대해서는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의견을 주장할 때는 자료나 통계 등의 근거를 제시하세요.”라고 강조하면서 늘 경어를 사용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며 경청하는 자세를 체득했다고 하였다.
그는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는데, 독일의 수업과 평가는 모두 논술 및 구술로 이루어져 있어 한국에 와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선택형 시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 특강 이후에는 선생님들과의 자유 토론을 통해 독일과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비교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 수업 사례 나눔
실천 수업 사례 나눔은 우수 사례를 발표식으로 소개하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참석한 모든 교사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수업에 대해 토론하는 ‘월드카페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당곡고등학교 신주은 수석교사와 11명의 카페지기들이 중심이 되어 초·중·고교별로 모둠을 편성한 후 교사들이 역지사지 토론수업을 실천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다양한 경험들을 진지하게 나누었다.
초등의 한 모둠에서는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모형의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가치와 수용의 과정 익히기, 민주시민 양성하기, 합의에 기초한 공동체 질서 유지 배우기, 다양한 주장 경험하기, 유연한 사고 만들기, 결과에 승복하기, 토론 방법 익히고 스스로 토론하는 법 배우기,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다른 입장에서 이해하는 법 배우기’ 등의 의견이 나왔다.
중·고등학교 모둠에서는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에서 토론자 간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보류를 인정하고 의견 나눔에 의의를 둘 것, 서로 다른 생각의 나눔으로 맡길 것’ 등의 의견을 제시하며 교사의 유연한 대처와 자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다.
한편 ‘학생 참여 동기 유발 및 예산 확보, 자료 활용에 대한 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와 관련해서는 ‘뜻이 맞는 교사 찾기, 주제 공동 작업, 신학기 전 사전 협의, 학생 주도로 주제 선정하고 교사가 검토하기, 교사 간 플랫폼을 준비하여 자료 공유하기, 토론 주제와 관련된 교원학습공동체 구성 및 운영’ 등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였다. 이 외에도 토론 주제 선정 과정에서 교사의 개입과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 정치적 민감성이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교육 시 고려할 점 등 교사들이 마주할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며,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면서도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도움까지 얻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AI 시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심화교재’ 소개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23년 발간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교재’(기본편)에 이어 더 깊이 있는 학습과 토론을 지원하고자 ‘AI 시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심화교재’2를 발간하였다. 여기에는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위한 기본자료와 중학교 및 고등학교 토론수업 자료가 실려 있으며, ‘정당한 권력의 부당한 명령에 따라야 하는가?’, ‘시민불복종을 허용하여야 하는가?’ 등 현재의 사회 현안을 반영한 주제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재의 개발과 집필을 담당했던 정미선 전 수석교사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의 특징, 교재 개발 방향 및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강의하였다. 참석자들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기본교재와 심화교재를 잘 활용하면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가졌다.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 수립을 위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교사 선언’
행사의 대미는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 수립을 위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교사 선언’이었다. 이 선언문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관한 서울시교육청의 연구 성과와 토론수업 전문가들의 자문, 그리고 참석한실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작성되었다.
독일 보이텔스바흐 협약의 영향을 받아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담은 이 선언문에는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선덕고등학교 오기종 교사의 낭독으로 시작된 실천교사 선언문 발표는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이 4가지 원칙을 함께 읽을 때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선언문 낭독을 마친 후에는 참석자 모두 벅찬 감동을 느꼈다.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사회현안 교육의 원칙을 명확히 함으로써, 앞으로 교사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사회현안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교사 선언문’에서는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을 할 때 교사가 지켜야 할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맺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희망을 꿈꾸는 12월 마지막 주에 마련된 ‘AI 시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사례 나눔 한마당’은 실천교사들의 열정이 더해져 감동과 나눔이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실천교사 선언문’을 통해 교실 속 사회현안 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실천하는 학생 시민’을 길러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