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미 (서울신대림초등학교, 교사)
본교 3학년을 지도하는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학년 초 협의회 시간, 선생님들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인 포노 사피엔스가 학교에 입학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 기기를 손에 쥐고 자라난 아이들에게 ‘쓰기 활동’은 그저 지루하고 어려운 고행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주로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소통하고, 터치 중심의 생활 환경 속에서 독서보다는 시각적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며 생활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구조화하는 고차원적 기술이 필요하므로 깊이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경험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교사로서의 고민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교사로서의 본격적인 고민은 2023학년도부터 시작되었다. 학급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쓰기 중심의 수업·평가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2023 생각을 키우는 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막연하게 제출한 계획서는 탈락되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24학년도 ‘생각을 키우는 교실’의 취지와 목적 및 2023학년도 장학자료집을 꼼꼼히 살펴보며 다시 도전하였다. ‘생각을 키우는 교실’1은 ‘쓰기’ 중심 수업·평가 운영과 공동 연구·실천·나눔을 통한 교사의 수업·평가 역량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쓰고 나누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Ⅰ. 생각의 씨앗을 심다
‘팀’의 힘을 믿다
학년 초 ‘2024 생각을 키우는 교실’ 실천연구팀을 구성하고 공동연구·실천·성찰을 통해 쓰기 중심 수업·평가 혁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팀원 모두 학교 업무부장과 학년부장으로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교원학습공동체 및 동아리 운영을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며 실천연구팀을 운영하였다.
우선 실천연구팀 모두 탐구 질문, 서·논술형 평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공동 연구과제로 삼아 관련 서적을 구입하고 장학자료를 함께 읽었다. 그리고 각각 관심이 있는 수업 분야를 개별 연구과제로 삼아공동 연구한 내용을 수업과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실천연구팀을 살린 심폐 소생술
어쩌다 보니 퇴근 시간이다. 오늘은 서·논술형 평가 문항을 만들어 봐야지! 교육과정 분석을 해볼까?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정해 볼까? 아침의 나의 계획은 내일의 계획이 되어 버렸다. 학기 초 야심차게 시작된 나의 꿈이 조금 흐려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실천연구팀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우리의 첫 번째 심폐 소생술은 현장 지원단의 컨설팅 지원요청이었다. 말 그대로 “SOS! 선생님, 도와주세요!” 인 셈이다. 현장 지원단의 컨설팅을 통해 탐구 질문, 2022 개정 교육과정, 서·논술형 평가 문항 제작 등의 궁금증을 함께 해결하고 평가 루브릭 개발 및 피드백 방법, 서·논술형 평가의 어려움 등에 대한 실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의 두 번째 심폐 소생술은 실천연구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본청·지원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수였다. 상반기에 걸쳐 실천연구팀을 위한 자율연수, 직무연수, 온·오프라인 워크숍 등이 운영되었는데 우리는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실천연구팀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 서·논술형 평가 문항을 적용해 보며 실천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Ⅱ. 생각의 싹이 나다
쓰기 중심 수업·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싹이 날 수 있도록 적당히 물을 주고 햇빛도 쬐어주고 영양분도 주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 있도록!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글로 완성될지 모호하며 어휘력도 필요하고 공감 능력도 있어야 한다. 갓 저학년 티를 벗은 3학년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 속에서 글쓰기 능력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아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칠 수밖에!
⦿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하기
3월 한 달 동안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것이 마냥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포스트잇은 글쓰기 부담을 낮추면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서 대형 이젤 패드와 함께 수업 시간에 자주 활용하였다.
⦿ 프로젝트 독서 수업으로 글쓰기의 기초 다지기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국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관련 도서를 선정한 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생 참여형 수업을 운영하였다. 프로젝트 형태로 운영된 독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독서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생각과 느낌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도록 하여 글쓰기의 기초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 글쓰기 공책으로 허들 낮추기
글쓰기의 즐거움을 위해 목적에 맞는 글쓰기 공책을 활용하였다. 1권에서 시작한 글쓰기 공책은 5권으로 늘어났고 목적에 따라 공책을 활용하였다. 여전히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처음 넘어야 했던 글쓰기의 높은 허들보다 조금은 낮아졌을 것이라 믿는다.
⦿ 디지털기반 글쓰기로 흥미 높이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을 위해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글쓰기 활동도 병행하였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글쓰기를 공유하고 피드백하며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아이들은 공책보다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며 쓰는 글쓰기에 더욱 몰입하였다. 다양한 디지털 기반 글쓰기 활동은 아이들이 글쓰기에 흥미를 더하고 맞춤형 글쓰기 수업에 도움이 되었다.
자작자작(JAJAK)은 글쓰기 중심 수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글감 생성, 생성형 AI 피드백, 디지털 책 만들기까지 글쓰기 활동을 지원함. 본 연구자는 수업 중 생활문 쓰기, 주제 글쓰기에 활용함.
캔바(CANVA)는 디자인 툴로서 교사 계정으로 학생을 초대하여 class를 개설 후 무료 디자인을 자유롭게 활용함.
SUNO는 AI 기반 음악을 생성하는 앱으로 학생들이 직접 부모님에게 마음을 전하는 가사를 쓰고 가사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공유하는 활동에 활용함.
Ⅲ. 생각 나무를 키우다
서·논술형 평가 문항 제작하기
‘생각을 키우는 교실’은 쓰기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연계하여 과정중심평가를 통한 학생의 성장을 지원한다. 서·논술형 평가와 연계한 사회 수업을 계획하기 위해 사회과 단원 중 서·논술형 평가에 적합한 성취기준을 선정하고 이를 국어과 쓰기 성취기준과 연계하였다. 성취기준 분석 후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목표 및 탐구 질문을 설정하였다. 성취기준과 평가요소 추출을 바탕으로 수업 재구성 및 평가 계획을 수립하였다. 수업과 평가는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여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한눈에 살펴보도록 학습조망도를 설계하였다. 학습 조망도는 교사의 수업·평가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됨을 보여준다.
학습 조망도를 바탕으로 서·논술형 평가 문항을 제작하였다. 3학년의 경우 처음부터 논술형 답안을 써 내려 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단계형 문항을 제작하였다. 학생이 학습 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핵심 내용과 기능을 수업과 연계하여 단계별로 구성하였다. 평가 문항 제작에 있어 2학기까지 강도 높은 컨설팅이 계속되었다. 컨설턴트와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논술형 평가 문항의 수정을 반복하였다. 정기적인 협의회일정을 정하고 화상 회의를 통해 평가 설계 과정에 대해 공유하고 협의하였다.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평가 문항 제작에 대한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Ⅳ. 소중한 생각 열매가 열리다.
평가를 통해 제대로 배우는 아이들
처음 아이들에게 서·논술형 평가지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아이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평가지를 받아들였다. 선택형 문항에 익숙한 아이들이라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양한 상황과 지문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정답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질문하고 태블릿으로 자료를 검색하며 평가에 임했다. 이토록 시끄러웠던 평가 시간이 있었을까? 수업 시간인지, 평가 시간인지 구분이 안되는 이 순간, 수업과 평가가 연계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깊이 있는 학습과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Ⅴ. 끝이 아닌 이제 시작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교사는 서·논술형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정답을 찾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2025학년도에도 ‘생각을 키우는 교실’을 위한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책 가득히 적어 나갈 것이고, 짧아진 연필만큼이나 아이들의 생각 역시 자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