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경 (서울대진초등학교, 학부모)
벌써 5년이라니~!
코로나(Covid-19)라는
전 세계 팬데믹에 적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학부모로 살아내기 바빴던
그 5년간 난 얼마나 많이 달라진 것일까?
막 시작된 2025년도 1월 달력을 펼치며 혼자 중얼거린 말이다. 농도를 담아낸 무게 치고는 너무나 빠르고 가볍게 지나간 듯한 지난 5년간, 두 자녀의 학부모로서 나는 다양한 변화를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축에는 서울학부모지원센터가 진행한 “학부모리더교육”이 있다.
기억해 보니 첫 시작은 2018년 9월 14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학부모 연수에서부터였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당시 서울OO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이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교육”의 취지를 소개하셨다. 강남에서 초‧중등 아이들을 키워왔던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그러나 울림이 큰 강의였다. 그리고 나는 한국 교육이 아이들을 암기식 공부에만 조명을 비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성, 창의성, 주체성 등을 어둡게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일에 교육의 주체 중 하나인 학부모가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이에 함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강남·서초 학부모연합 등 강남혁신지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나는 운이 좋게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학부모리더교육”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학부모지원센터는 서울학부모 맞춤형 배움과정이라는 온라인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전문교육에 속하는 ‘학부모리더교육’ 은 2020년 독서와 진로교육, 감성코칭, 유튜브 등의 8과목으로 그 첫 기수를 열었다. 과목에 변화는 있었으나 연마다 2기씩 진행되어 지금까지 10기의 수료생들이 배출되어 리더교육에 참여한 학부모 수가 3,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5년간 학부모 리더교육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춘 자녀 교육의 내실화 및 학부모 역량 강화,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 형성, 그리고 교육공동체 회복 등을 목표로 학부모와 함께 성장해 왔다.
2020년, 팬데믹 상황으로 모든 사회적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돌봄을 집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때였다. 학부모리더교육 또한 모두 비대면 교육으로 실시되었다. 본 교육은 그동안 과목별 교육을 통해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불안하고 난감한 시기에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공동체로서의 소통 창구가 되었다. 당시 열렸던 8개의 과목 중 고심 끝에 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목을 신청하였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1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선정되던 당시, 수동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중독되기보다는 적극적인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를 고민해 보는 과정은 참으로 신선하였다. 더불어 코로나 기간에 유튜브 관련 수업을 듣다 보니,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나의 자녀들과 어떤 채널을 보는 게 좋은지 추천도 받으며 함께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리더교육 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학부모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지원센터 외에도, 시민협력팀, 검토위원회, 과목별 대표, 수업 이끔이, 멘토와 강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1기의 이끔이를 시작으로 학부모 강사 양성 과정을 거쳐 본 과정의 ‘디지털 리터러시-학부모 실전편’을 강의하는 강사가 되었다. 이후 7기부터 새롭게 전문과정으로 편성된 ‘미래교육길잡이’라는 과목의 강사와 멘토 역할을 맡게 되었다. 누군가는 어떻게 해서,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나의 대답은 이렇다. 부모로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떠한 직에 속한다기보다는 ‘업’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데, 나의 업은 ‘참 배움과 선한 연결을 통한 행복한 성장’이다. 그래서 나는 선택이라는 길목마다 이 방향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미래교육길잡이 과목의 멘토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 없이 수락했더니, 제안한 센터장님이 되려 웃으셨던 일이 생각난다. 멘토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디세우스 왕이 출정 중일 때 아들의 교육을 맡긴 왕의 친구 멘토르(Mentor)에게 “멘토(Mentor)다워!”라고말한 것이 그 어원이다. 내가 이 수업을 신청한 학부모에게 멘토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이 ‘부모로서 혜안을 지닌 당당한 왕(?)’이 될 수 있게 지지해 주는 일이기에 과감히 수락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교육을 통해 성장한 만큼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난 2년간 멘토로서 나는 바쁘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특히 24년도 말에 함께 해온 미래교육길잡이 수료생(‘미길이’ 라는 애칭을 사용 중이다)들과 ‘미길이 연말 파티’를 함께했을 때, 참 배움과 선한 연결이 주는 행복의 힘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성장은 넓은 서울에서 딱히 서로 만날 일이 없었던 학부모임에도 ‘미길이’로서 함께 고민하고 배움을 나누는 선한 연결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기수 교육이 끝난 후에도 상·하반기에 걸쳐 ‘미래교육 세미나’를 격주로 개최하여 지속적인 배움과 나눔을 함께 실천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서울학부모지원센터에서는 과목을 수료한 후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해 왔다. 전국 어느 학부모지원센터도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전문화된 교육을 지원하고, 이후 네트워크까지 이어가게 하는 예는 없다고 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1기 수료 후 나도 그동안 센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해 왔다. 학부모시민행동 365, 리더교육지역연합회, 학부모방송국, 학부모역사탐방단, 학부모 기자단 등 네트워크 활동은 새로운 요구에 맞춰 쉼 없이 펼쳐져 왔다. 2022년도 말에는 학부모 세미나가 크게 열리기도 했는데, 대부분 비대면으로 교육을 수료한 수많은 학부모가 대면으로 함께 모여 자녀를 위한, 종국에는 부모 자신을 위한 세미나를 듣고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그동안 기수별 과목의 변화는 다채로웠지만, 그 사이 과목별 대표들이 속속들이 네트워크화되어 현재 채팅방에 무려 5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과 멘토팀이 함께 합류하여 2023년도 가을에는 리더교육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지난 5년간 학부모리더교육을 통한 나의 행복한 성장 이야기를 이 글에 모두 담기는 무리다. 이렇듯 즐비하게 나열한 학부모의 고백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같은 서울 안에 부모로서 참 배움과 선한연결이 작동되는 관계가 있음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이는 맘카페나 사교육 시장의 정보망이 아닌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에서 배우고 연결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학부모라면, 작금의 교육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많은 채널을 시도해 볼 것이며, 그중 하나는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이기를 바란다. 또한 이 글의 독자가 교사·교직원이라면, 학교의 건강한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교육의 3주체로서의 학부모를 믿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이런 학부모들과 함께 하면 참으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