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5 봄호(258호)

[수학]
생각을 글로 엮어가는
문제해결의 배움터

정수정 (은평중학교, 교사)

1. 내 수업을 바꾼 『생각을 쓰는 교실』과의 만남

2022년 초에 학교 사정상 생활상담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야 했다. 10년 전에도 맡아봤던 일이라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너무 바쁜 탓에 나의 주된 고민이 수업과 학습자가 아닌 사건에 매몰되어 있었다. 교사로서 생활지도와 교과지도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던 그 때의 기억은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그 바쁜 시절 나에게는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모두에게 알려진 ‘수업의 대가’이셨던 선배교사께서 바쁜 업무 가운데도 매일 교과서를 보며 수업 준비를 먼저 하시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교사로서 우선 순위가 바뀌지 않아야 함을 크게 깨달았다.

이번에는 생활상담부장을 하면서도 절대로 수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놓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며 공문을 보던 중 ‘탐구 기반 쓰기 수업·평가 도전하기’라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수업연구팀 공모가 눈에 들어왔다. 수학과였지만 글쓰기가 그리 두렵지 않았다. ‘늘 하던 프로젝트를 글로 풀면 되겠지, 나를 억지로라도 수업을 연구하는 자리에 묶어두자, 그래야 나도 살고 아이들도 산다’라고 생각하고 용감하게 공모에 도전했다.

20년째 수준별 모둠수업으로만 수학 수업을 하는 나에게 ‘생각을 쓰는 교실’, 즉 탐구 기반 쓰기 수업·평가도 학생 참여를 유도할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수업은 놀랍게도 교사의 지도와 피드백 아래,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만들어가는 학생 주도형 탐구 학습으로 운영되었다. 또한, 학교에 있는 모든 교과목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분야와의 융합을 이끌었으며, 학생들에게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정보처리능력,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등을 길러주었다.

이러한 결과들로 올해까지 3년째 ‘생각을 쓰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겨울만 되면 새로운 단원으로 수업지도안과 활동지를 개발하고, 새로운 디지털 프로그램 활용에 도전하면서 나도 학생들도 함께 성장함을 느낀다.

2024년도에도 교무기획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생각을 쓰는 수업을 연구하고 지속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었고, 나에겐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일이 되었다. 지금부터 이 기적 같은 현장의 경험을 여러분과 생생하게 나누고자 한다.

2. 「생각을 쓰는 교실」이란?

가. 추진 배경과 의미

서울시교육청은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교와 교육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학습자의 배움과 성장을 돕고 ‘변혁적 역량’을 키우는 수업·평가 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20년부터 해외 교육의 유용성 검토와 우리 교육에의 적용 방향을 연구해왔다. OECD의 『OECD 학습 나침반 2030』, 21세기 학습 프레임워크(P21)의 4C,1 「생각을 쓰는 교실」이란 국제 바칼로레아(Intet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2022년 서울형 교실 수업·평가 혁신 방안으로서의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생각을 쓰는 교실’을 기획하였다.2

나. 『생각을 쓰는 교실』 수업 설계 모형(백워드 설계 모형)

다. 「생각을 쓰는 교실」 실행 절차

「생각을 쓰는 교실」은 ‘질문하기 → 탐구하기 → 쓰기’의 단계를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탐구 기반 쓰기 수업 모델이다.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며, 체계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탐구에 적절한 질문은 성취기준에 따라 개념이나 이론을 실생활과 연관지어 탐구하는 질문으로,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며 체계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을 거친다.

3. 수학 시간의 글쓰기 수업을 위해 사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 탐구적 글쓰기 단원 정하기

실생활 활용이 많은 단원으로 학생이 질문을 생성하고 탐구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 쓰일 수 있는 수학개념이 있는 단원을 선정하였다. 2022년도에는 실생활 예시가 많은 중학교 2학년 함수 단원을 선정하였고, 2023년도에는 중학교 2학년 함수/확률 단원, 2024학년도에는 부등식/확률 단원에 『생각을 쓰는 교실』 수업 모형을 도입하였다.

나. 교육과정 재구성하기

학생들에게 스스로 질문 만들기, 탐구하기, 글쓰기 작업은 모두 생소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12년 동안 약 14,000시간의 공교육 수업을 받고 있지만, 입시를 위해 주어진 교과지식을 머리에 넣을 뿐 적용해서 창조하기,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기, 깊이 생각하기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정말 단순해 보이는 스스로 질문 생성하기-탐구하기-글쓰기 3단계를 제대로 적용하기까지 사전 활동과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그 연습 또한 수학 개념과 연결하여 진행한다. 실생활 중심 주제 수업으로 2주 동안 진행하기도 하고, 때론 이 수업을 위해 한 단원은 탐구적 글쓰기 수행평가로만 진행한 후, 지필평가 단원에서 제외하기도 하였다.지필평가를 원활하게 준비하기 위해 위계성과 관련 없는 단원의 위치를 바꾸어 배우는 시기를 조정하기도 하였다.

다. 평가 설계하기

2022년도에는 2학년 1학기 함수 단원에 탐구 기반 글쓰기를 수행평가에 미반영하여 투입하였고, 2023-2024년도에는 2학년 1학기 부등식/함수, 2학기 확률 각각 한 단원씩 ‘탐구적 글쓰기’로 수행평가 비율 중 50%를 반영하였다. 또한, 루브릭(Rubric)을 작성하여 평가기준과 각 수준을 사전에 체계적으로 계획하였다.

라. 수업 설계하기

새 학년 시작 전 겨울방학 동안 평가할 단원을 정하고 활동지와 피드백 계획을 포함한 수업 지도안을 작성해두었다. 이 시간을 통해 교사가 학습자보다 먼저 질문하기-탐구하기-글쓰기를 경험한다.

4. 저의 수업을 소개합니다

‘확률’을 먼저 생각하면 무엇이 바뀌는가?

가. 수업·평가 설계 의도

확률과 통계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 정리, 해석하고, 확률을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역이다.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실생활 중심의 통계적 소양교육’의 실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분석 결과 수학적 확률 문항(약 50%)이 통계적 확률 문항(약 10%)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확률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계산 위주의 확률 수업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확률 단원에서 확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실생활 과제로 재구성 하여 불확실함에 맞서는 ‘확률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하였다.

나. 수업·평가 전략
1) 중학교 2학년 확률 단원을 2학기로 이동한다. 이로써 1, 2학기에 걸쳐서 배울 단원을 2학기에만 배움으로 그 연계성을 살리는 효과도 동시에 노린다.(2023년도 1학기 이동 재구성, 2024년도는 2학기확률 단원 전체를 수행평가로만 운영, 지필평가에서 제외)
2) 실생활 중심으로 과제를 재구성하여, 학생들이 혼자 또는 함께 생각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을쓰는 장을 마련한다.
3) 수준별 4인 모둠 구성으로 수업하고, 평가설계는 백워드 설계를 따른다.
4) 디벗을 활용하여 정보를 탐색하고, 수업용 전자필기장에 활동지를 배부하여 디벗에 바로 정리하고글쓰기를 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한다(2023년 수업용 전자필기장, 2024년 자작자작 AI 프로그램 활용).
다. 단계별 수업·평가 활동 흐름도

라. 실전 활동

자작자작 프로그램 : 글쓰기 중심 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품으로, 글감 코스웨어부터 생성형AI 피드백, 디지털북 간편 생성까지 유기적으로 통합된 AI디지털 교육 플랫폼이다(서울특별시교육청 무료 제공).

 

⦿ 학생 최종 보고서(확률 탐구적 글쓰기)

⦿ 수업 성찰
매년 새로운 단원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을 계속 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입시 중심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흥미나 진로를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던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궁금하거나 해결되어야 할 질문을 만드는 활동을 제일 어려워했다. 그러나 한 시간 동안 깊이 고민하여 자신의 삶과 관련된 질문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두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해 스스로 자료를 찾고 분석하며 각자 자신만의 문제를 열정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은 여러 교과 또는 세상의 여러 분야와 관련되어 수학과 자연스럽게 융합되었으며 이를 탐구하는 학생도, 피드백해 주는 교사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질문이 곧 그 학생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질문을 통해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 글쓰기 수업 중 “아~ 선생님~ 오늘 생각을 너무 많이 한거 같아요.”라고 머리를 흔들며 말하는 학생들을보며, 학생 스스로 선택한 질문이 그들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몰입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정보를 더 찾아야 할까요?”, “이 정보로 확률을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학생들이 할 때 함께 고민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태도를 신장 시키고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 4C란 Communication(의사소통능력), Collaboration(협업능력),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능력), Creativity(창의력)으로 21세기 핵심역량이라 불린다.
  2. 2022-2023 생각을 쓰는 교실 자료집 –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