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3 겨울호(253호)

학생의 문제 행동을 바로 보고,
함께 풀어가는「다중지원회의」

윤정인(서울노원초등학교, 교사)

우리 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298명인 작은 학교다. 하지만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이 많다. 우리 학교만의 어려움은 아닐 것이다. 보호자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인정하지 않고 선생님의 조언을 따르려 하지 않을 때 생활지도는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 학교에는 학생 생활교육을 위한 협의체로 「생활교육협의회」와 「생활교육위원회」(명칭 변경 전 선도위원회), 그리고 「다중지원회의」가 있다. 생활교육협의회에서는 학급에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이 있을 때 담임교사의 요청에 따라 교감 선생님과 생활교육 담당교사, 상담교사가 담임교사와 함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 회의를 통해 학생의 문제 행동을 파악하고, 문제 행동의 양상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개최할지 다중지원회의를 개최할지를 결정한다. 물론 생활교육협의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생활교육위원회나 다중지원회의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꼭 회의를 통해서만 학생의 문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는 생활교육위원회보다 다중지원회의를 더 많이 열었는데, 그 이유는 학생의 문제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문제 행동의 원인에 집중하여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1학년 담임선생님의 푸념 섞인 이 한마디엔 그간 교실에서 겪으셨을 힘겨움이 묻어났다. 3월 한 달 동안 학교는 학교대로, 학급은 학급대로 숨 가쁘게 돌아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1학년 한 학급당 학생 수가 15~16명이었는데 올해는 24명이다. 학교생활이 처음인 1학년 학생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수고로움은 직접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3월 넷째 주부터 시작한 학부모 상담주간이 막 끝나갈 무렵, 1학년 담임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별이(가명)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별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고 지병이 있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외국인으로 현재는 함께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별이의 주 양육자는 할머니다. 교실에서 별이는 매우 산만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늘 혼자 놀았다. 선생님은 별이의 인지능력이 낮아서 그런것이 아닌지 우려하셨고, 그래서 별이 할머니께 특수교육 대상자 판별 검사를 받아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하지만 별이 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를 거부하셨다. 선생님이 여러 차례 별이 할머니와 상담을 진행했지만 할머니는 별이가 느려서 그런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만 하셨다. 학생 중에는 배움이 느린 학생이 분명 있지만 별이의 경우는 배움이 느린 학생과는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선생님께서는 판단하셨다. 또, 이 학급에는 별이 외에도 과잉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한계점에 도달했고, 교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셨다.

교감 선생님과 생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다중지원회의를 준비했다. 교감 선생님은 북부종합사회복지관에 전화하여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니 다중지원회의에 참석해달라고 했다. 북부종합사회복지관은 마을 탐방을 통한 마을 자원 발굴을 목적으로 한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으로 학교와 연결된 기관이다.

별이를 위한 1차 다중지원회의에는 교장, 교감, 생활교육담당교사, 담임교사, 교육복지 담당 교사, 특수학급교사가 참석했다. 학생 문제 행동에 대한 이해와 그로 인한 학급의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였고, 별이 보호자가 교육비 지원 신청을 했는지, 지원받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역할을 나누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호자가 별이의 문제 행동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수업 관찰이 결정됐다. 또한 학교 밖 마을 기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북부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가 2차 다중지원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별이를 위한 2차 다중지원 회의는 1주일 후에 열렸다. 보호자는 2교시 수업 시간과 중간 놀이 시간에 별이의 눈에 띄지 않게 학습 활동과 놀이 활동을 관찰했다. 이어서 3교시에 바로 회의를 하였다. 회의를 3교시에 연 까닭은 수업을 관찰한 직후에 보호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차 다중지원회의에는 교장, 교감, 담임교사, 상담교사, 생활교육담당교사, 보호자, 북부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두 분이 참석했다. 수업을 관찰한 보호자는 그동안 부정해 왔던 별이의 문제 행동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기울여 들으셨다.

3교시 수업 시간에 담임교사가 다중지원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1차 회의에서 담임교사의 3, 4교시 수업을 강사 수업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감 선생님이 제안하셨고, 교장 선생님이 승인하셨다.

2차 회의 결과, 별이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종합심리검사를 하기로 했다. 별이가 타인을 경계하고 낯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행동은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는 상담교사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합심리검사 결과에 따라 언어치료 및 상담을 진행해야 하지만 종합심리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위클래스 학생 상담실에서 먼저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보호자와 소통하며 지원하기로 했고, 학급 수업 시간에는 기초학력 협력강사가 더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

현재 복지관에서는 이 가정을 사례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보호자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 보호자가 동의하여 별이가 특수교육 대상자 판별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수학급에서 주당 9시간 수업을 받고 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5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다중지원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하셨다. 의외였다. 빈틈없고 세심하게 학급을 운영하시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 그에 알맞게 생활지도를 잘 해오신 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중지원회의에서 우리가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학생이 준이(가명)라는 것을 알았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준이는 방과후에 지역아동센터로 향한다. 저학년 때부터 그곳에 다녔고 오후 일정이 없을 때는 저녁 식사까지 하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집에 갔다고 하니 학교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곳 센터장님이 준이의 선생님께 SOS를 보내셨다. 준이의 폭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중지원회는 바로 열리지 못했다. 복지관의 준이 담당 사회복지사의 연수 일정과 2학기 상담주간이 맞물려 날짜를 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여러 차례 사회복지사와 준이의 선생님 사이를 오가며 일정을 조율하여 9월 첫째 주에 어렵게 회의 날짜를 잡았다. 이번 다중지원회에는 보호자가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사회복지사의 의견이 있어 준이 보호자(어머니)는 참석하지 않았다.

준이를 위한 다중지원회의에는 교감 선생님과 생활교육담당교사, 담임교사, 특수교사, 상담교사, 복지관사회복지사,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 참석했다. 센터장은 준이가 이번 여름방학에 센터에서 또래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때리고 격한 분노를 표출하며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과, 센터로 호출한 보호자를 보고 준이가 보호자를 심하게 때리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공유해 주셨다.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이었다. 준이의 가정도 복지관에서 사례 관리를 하고 있는 가정으로 보호자가 준이의 양육을 소홀히하고 있고, 준이의 폭력성은 준이 형에게서 학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준이는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친구들과도 다툼 없이 지낸다. 학교에서 준이의 문제 행동은 반복적으로 가르쳐도 그때뿐이고 학습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이 하기 싫은 활동은 회피하는 특성이 있어서 교과 담당 선생님의 수업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고 복도나 학교 주위를 배회하며, 때로는 학교를 탈출하기도 했다. 또 용변을 보고 뒤처리가 잘 안 되어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회의 결과, 가정과 연계한 생활교육이 필요했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복지관과 공동으로 보호자에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고 촘촘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준이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보호자가 일정을 챙기도록 독려하고, 위클래스 학생상담실에서는 준이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센터장과 복지사는 준이의 병원 진료 시 보호자와 동행하여 의사에게 학생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었고 진단과 처방에 도움을 주었다. 특수학급에서는 학교를 벗어나지 않도록 중점 지도하였고, 사회복무요원이 준이의 지도를 보조해 주었다.

현재 준이는 교과담당 수업 시간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상담실에서 미술치료를 받는다. 복지관에서 연결한 대학생과의 멘토링을 통해 사회성 향상 스포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준이의 담임선생님은 준이의 보호자가 챙겨야 할 목록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에 공유했고, 빈칸은 각 기관에서 한가지씩 채워 완성하여 함께 챙기기로 했다. 이제 준이는 더 이상 학교를 탈출하지 않는다.

왜 다중지원회의를 하는가?

학생의 문제 행동은 학생이 겪고 있는 힘겨움의 표출이고, 우리 학교에서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아 그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중지원회의 구성원은 매번 다르다. 학생이 처한 상황과 겪고 있는 어려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자녀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위해서라면 선생님들은 언제든지 교실 문을 연다. 학생의 생활지도를 오롯이 선생님 혼자서 책임질 수 없다. 교장, 교감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 학생의 보호자, 더 확대하여 마을이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별이와 준이는 학교 선생님의 관심과 보살핌 더하기, 보호자의 세심한 양육과 마을의 지원을 받으며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